KBS 특집 다큐 <호모 미디어쿠스>2부 _ 조용한 살인, 디지털 성범죄
이번 '디지털성범죄' 에 대한 내용은 여성인 저에게 경각심과 무서움이 동시에 드는 짧고 강렬한 회차였습니다.. 작년,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던 N번방 사건. 추척단 불꽃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냄과 동시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는 경악을 감출길이 없었죠.
성범죄가 '디지털화' 되어가며 더욱 무섭고 경악스러운 것은, 제 얼굴과 다른 여성의 몸을 합성하여 전혀 새로운 디지털 성범죄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셀카들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이 전혀 알 수없는 알몸과 합성되어 사진, 비디오 등으로 유포되고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제 친구 중에 한명이 이런 끔직한 사건을 겪었습니다. 그녀의 얼굴과 모르는 여자의 몸이 합성되어 텀**라는 사이트에 유포되고 있었던 것이죠. 친구는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를 했고 방송매체에 그녀의 괴로움을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똑같은 일을 겪은 여성들을 찾아 연대를 만들고 사진의 삭제 및 유포를 막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경찰의 원론적인 답변 (사이트를 처벌 할 수 없으며 유포를 막기위해 노력하겠다 -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 점 등)들과,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하였죠.. 유의미한 결과들은 있었지만 제대로 된 해결과 마무리는 없었고요. 모든 폭풍우 속에 홀로 서있던 그녀의 괴로움과 힘듦은 누구도 보상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괴로움의 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제게도 너무 안타깝고 힘든 사건이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있다고 합니다. 원치 않는 디지털 기록을 추적하고, 삭제해주는 직업인데요. 현실적으로 지워도 끝이 없는데, 계속 삭제를 하면 퍼지는 속도를 늦추거나 어느정도는 삭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계속 삭제한다고 합니다.
본인의 흔적을 남기고 싶고 나를 기록 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속성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과 추억들을 쉽게 올리고 공유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디지털 사회의 이점이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으로 생산.소비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하게 바라게 됩니다. 정말 강렬한 회차였네요.
*동영상 원본 : KBS 호모 미디어쿠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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