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 오가와 사이카

by Rich Thinking 2018. 11. 4.

 

 



Living for Today. 돈에 연연하지 않는 삶이라던지,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은 마음가짐이라던지. 가벼운 내용의 책인줄 알았는데 왠걸.. 자본주의 사회와 경제관념에 기초하여 관련 용어가 빈번하고 탄자니아 사람들의 삶을 고찰한 경제학적인 내용이 다분한 책이었다.  한번 읽고 다시 읽고.. 이해가 안될땐 소리내어 읽기도 했다. 흑흑 어렵구먼..

탄자니아 상인들은 경제학적 관념에서 이해하기 힘든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고 효율성과 실리를 따지는 선진국 상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돈벌이가 되는 물건이나 장사 요령을 알려주고 그 시장이 곧 포화 상태가 되면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 긍긍한다거나.

탄자니아 사람들이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은 것은 그 사회의 가치관이 나누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아직까지 이기주의나 효율주의나 능력주의에 기본한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서두에 표현했듯 부득이하게 객관적으로 낮은 생활수준에 머물러 있을 경우 물질적 욕구는 대부분 쉽게 충족되는 점을 들어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탄자니아는 개도국이라 생활수준이 낮고 사람들의 공통된(돈은 빌려준다,베풀어야 한다 라는 식의)가치가 있기 때문에 하루벌어 살아도 괜찮은 사회라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마인드에서 배울 점은 저자가 끝머리에 말했듯
직업을 전전하며 얻은 경험(지식)과 곤란한 상황을 헤쳐나왔다는 긍지, 자신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남는 재주를 틀림없이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자부심이자 우발적인 만남을 계기로 몇 번이고 일상을 다시 사는 재주는 분명 멋진 교훈을 준다.
어떤 근거나 기준, 규칙에서 갖게 되는 자신감이나 여유가 아닌 그저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오는 자신감과 여유를 그들은 가지고 산다. 멋진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다한 사람들의 진술문에는 말하는 '순간'과 말하는 사람의 '경험'이 직접 연관되어 있는 주장만 담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몇겹의 구문속에 재귀성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A가 <그 가게의 라면이 맛있었다> 고 극찬했던' 것을 들었다" 라고 확장하며 말할 수 있지만 파다한족의 언어에는 이렇게 크기가 다른 상자를 몇겹씩 포갠듯한 문장이 없었던 것이다. → 직접 체험의 원칙 때문
그들이 과거나 미래를 말하지 않은는 것이 과거나 미래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은 아니지만, 파다한족의 관심은 대부분 '현재'에 향해 있고, 그래서 그들이 현재에 집중해 있는 그대로 살아간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p38  (참고 : 재귀성)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부의 축적이나 재물 취급에 대한 특유의 태도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문화인류학의 명저인 <석기시대 경제학>에서 '수렵 채집민은 식량을 얻는 데 필사적이고 굶주림에 허덕인다' 와 같은 전통적인 관념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수렵채집민은 끊임없는 노동은 커녕 농경민이나 현대인과 비교해도 노동시간이 짧고 여유를 즐기며 욕구가 충족된 원초적 풍요사회에서 살고 있었다. 
저자인 마셜 살린스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계야 말로 극히 일부의 인간이 부를 독점하고 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시달리며 문화의 진보에 따라 상대적으로도 절대적으로도 굶주림의 양이 증대되어 왔다는 역설을 주안점으로 삼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냈다.

-수렵 채집민의 생활은 그런정황으로 말미암아 부득이하게 객관적으로 낮은 생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목표이며, 게다가 적절한 생활수단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물질적 욕구는 쉽게 충족된다.

이동을 일삼는 수렵채집민에게 물질적 '부'富는 글자 그대로 무거운 짐일 뿐이다.
미개한 사람들은 재물이 없어서 빈곤한 것이 아니라, 재물을 갖지 않아서 오히려 빈곤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빈곤이 재물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지위를 뜻한다고 가정할 경우, 애초에 물질적 중압감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어떤 소유욕도 없으며 소유 의식이 발달하지 않은 비경제인인 그들 사이에는 빈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와 과거를 전제로 한 생산주의적 삶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며 또한 그들의 삶이 당사자들에게 반드시 불행하고 빈곤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p40



탄자니아 사람들의 직업의 기회는 '직선적이며 균질한 시간이 미래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는' 와중에 오는 근대적인 시간개념과는 다른 시간 속에서 오는 것 같다. '균질하지 않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렸다가 무르익은 호기를 정확히 붙잡는다' 라는 개념에 가깝다. 다만 호기가 언제 찾아올지에 따라 실현을 위한 노력이 헛되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계획적으로 돈을 모으거나 지식을 쌓거나 기능을 습득하려는 행위 자체가 비합리적이며 위험하여 "모레의 일을 계획하기 보다 내일아침을 무사히 맞는 것이 더 중요하다" 라는 주의다.
장기적인 미래를 계획하기보다 지금 당장 가능한 일에 무엇이든 도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회에 대해 언제나 마음을 열어두고 있어야 하며 그 기회를 포착하는데 자신이 가진 자원을 모두 내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p67

→ 계획적인 준비로 한번에 원하는 직업을 얻는것이 (탄자니아에 비해선) 어려운 일이 아닌 나의 상황이지만, 가끔은 인생 속에 차곡히 쌓여온 관계나 어떤 일들이 호기를 맞이하거나 기회가 되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고 그 기회를 포착하는 지혜를 가지는 것은 나에게도 적용되어야 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직업이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으로 '경험'과 '네트워트 혹은 사회적 관계' 를 꼽는다.
-일을하면 동료가 생기고 그 동료를 통해 새로운 동료가 또 생긴다.
새로운 동료와의 관계 구축 및 유지와 그/그녀가 개척하는 새로운 일을 할 기회의 획득은 양쪽 다 우연한 수단이나 목적이 된다. 마음이 맞는 동료를 찾았으니 시험삼아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경우도 많다. p70



탄자니아 상인들은 '겨우 돈벌이가 되는 일을 찾아도 곧바로 다른일을 찾아야 한다'고 푸념했다.
그렇다면 '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사람에게 돈벌이가 되는 물건이나 장사 요령을 가르쳐 주는가'라고 물으면 많은 상인들이 깜짝놀란 표정으로 '이런 장사를 비밀로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장사 비법 같은건 간단히 훔칠 수 있다'  고 말하며 돈벌이가 되는 장사에 사람이 몰려드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고 말했다.
또 '일은 일' 인데 인생에서는 동료와의 관계가 중요하므로 그런 이유때문에 동료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상인들은 이처럼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남들 때문에 끙끙 앓기보다 그저 스스로 '변신이 빠른 사람' 이 되어 발 빠르게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한다.  p87



탄자니아에서 중국의 모조품의 위상은 높다. 비공식경제활동에 주된 이바지를 하기 때문이고 기능,품질,모양새가 좋거나 가격이 적당하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모조품의 기능,품질이 낮다는것은 그들도 알고 욕하지만 ㅋㅋ 유행에 따른 디자인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과 이미 시장을 크게 점유했기에 복제품에 대한 인식이 후한편이다-책에서.)

- 나이키의 메시(셔츠) 가 짝퉁이든 진품이든 상관없이 '저 녀석은 축구를 좋아하는 모양이네' 라며 그 옷을 입고 있는 사람에게 신경이 쓰일 뿐이다. '네가 입은 옷은 짝퉁이야' 라고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값비싼 브랜드 제품으로 치장하거나 진짜 브랜드 제품만 사는 청년은 마샤로바로masharobaro 나 비쇼 bishoo 라고 얕잡힌다.

-철자가 미묘하게 다른 아디다스 복제품이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우리는 평소 구멍이 뚫린 스니커즈를 신는다. 비올때 곤란한 건 구멍이 뚫려있다는 것이지 철자가 다르다는 점이 아니다.

그들은 모조품에 대해 관대하고 오히려 티나는 복제품을 고르기도 한다.

- 진짜 아디다스 탱크톱을 1800원에 살 수 있을리 만무하다. 그러니 로고가 진짜와 똑같든 조금 다르든 짝퉁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문제는 로고가 진짜와 똑같은 탓에 짝퉁을 비싸게 샀는데 금방 망가지는 경우다. 그런 경우 나를 속인것이 중국인인지 아니면 노점상인지 고민하게 된다.
→ 그리하여 오히려 누가봐도 짝퉁인 모조품을 고르는 것이(비싼 값을 치르는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으니) 바람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반응형